(시사저널=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바쁜 일상 속에서는 끼니를 거르거나 간편식·가공식품으로 식사를 대신하는 일이 잦다. 특히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일수록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그 결과 피로가 쉽게 쌓이고 영양이 부족하다는 느낌에 건강기능식품을 찾게 된다. 가족들 역시 '뭐라도 챙겨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건강기능식품을 선물하곤 한다.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다양한 영양소를 음식으로 골고루 섭취하지 않으면 건강기능식품만으로는 건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채소와 과일은 그 안에 들어있는 섬유질과 파이토케미칼(식물 생리활성물질) 형태로 섭취할 때만 체내에서 유익한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채소에 올리브유나 발사믹 식초를 곁들이고, 닭가슴살·생선 등 양질의 단백질을 함께 섭취하면 건강 효과가 더욱 높아진다. 결국 균형 잡힌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이나 영양제는 없다. 균형 잡힌 식사란 우리 몸에 필요한 탄수화물·단백질·지방·무기질·비타민 등 5대 영양소가 고루 포함된 식사를 의미한다.
식사는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음식은 생명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병을 키우기도 하고 다스리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식약동원(食藥同源)' 즉 음식과 약은 근원이 같다는 말이 있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 역시 "음식은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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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만성질환 예방하는 식단 관리 수칙
균형 잡힌 식단을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골고루 잘 먹는 식사는 그 자체로 약이다. 질병에 걸렸다면 약물치료와 함께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회복의 핵심이다. 한국영양학회는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식품 구성 자전거'를 제시했다. 자전거는 운동을 의미하며, 앞바퀴는 수분 섭취, 뒷바퀴는 균형 잡힌 식생활을 의미한다. 
균형 잡힌 식사는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과체중과 비만은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 등 각종 만성질환과 암의 주요 위험요인이다. 따라서 자극적이거나 기름진 음식, 즉석식품, 패스트푸드는 가능한 한 피해야 한다.
실제로 여러 기업의 사내 식당을 둘러보면 점심시간에 균형 잡힌 식사를 하기란 쉽지 않다. 회사 주변에서도 저렴하면서 건강한 식단을 찾기 어렵고, 무료로 제공되는 식사는 대체로 인기 메뉴 중심이라 기름지고 자극적인 경우가 많다. 건강한 식사를 선택하고 싶어도 함께 식사하는 동료들의 눈치를 보느라 자신이 원하는 식단을 고르기도 어렵다. 
필자는 특별한 점심 약속이 없을 때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샐러드와 견과류 한 봉지로 건강한 식사를 대신하며 체중 조절에 신경 쓴다. 샐러드 소스를 곁들이면 맛을 더할 수 있지만, 시중에 나온 가공 소스는 대부분 너무 달아 사용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무슨 맛으로 먹나' 싶었지만, 이제는 채소와 견과류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을 만큼 익숙해졌다. 
균형 잡힌 식단은 재료를 잘 고르는 것뿐 아니라 조리법에서도 차이가 난다. 가능하면 기름에 튀기지 않는 조리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육류는 기름기와 지방을 제거하고, 닭고기는 껍질을 벗겨 조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젓갈, 절인 생선, 간장에 졸인 음식 등은 염분 함량이 높아 고혈압 등 순환기계 질환의 위험을 높이므로 섭취를 줄여야 한다. 음식의 간을 약하게 하고, 올리브유·참기름·들기름 등으로 풍미를 더하면 충분히 감칠맛을 낼 수 있다. 설탕은 비만·당뇨병·암의 발생이나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첨가하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